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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론은 합리적·민주적 의사소통 방법 등록일 2021.06.17 22:47
글쓴이 브레멘 조회/추천 904/4


토론 능력은 민주 시민의 기본 소양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가 테드(TED.com)에서 ‘민주적인 토론이라는 잃어버린 기술에 대해서’란 제목으로 강의한 적이 있다. 강의가 끝난 후 사회자가 샌델 교수에게 다음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녹화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대답했다.

토론 문화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다. 그리스가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법적 주요 사안에 대해서 토론을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근대 민주주의가 태동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토론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토론 문화는 어떠한가? 최근 학교에서 토론식 수업을 도입하고 직장에서는 토론식 회의를 하고 방송에서는 정책 토론회를 열고, 특히 방송사마다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는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내는 등 나름대로 토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너무 형식에 얽매여 있거나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기보다는 자기주장만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 쇠귀에 경 읽기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니 텔레비전을 통해서 토론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10여 년 간 사회를 맡았던 방송인 손석희는 한 대학에서 했던 강연에서 “오랫동안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지지계층 등 특정 집단에만 통하는 이른바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이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점을 느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우리의 토론 문화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합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자기편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하고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편승한 발언은 토론의 원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다양성 인정이 토론을 위한 첫걸음

토론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점에서 잘못되어 있는지를 충분히 따져서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기주장만 옳다고 생각하거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은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거나 하는 태도는 토론 문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라고 해도 합리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다양한 생각이 교환되는 사상의 시장이 보장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 사회는 그 생명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 아무리 그릇된 견해라 할지라도 그 견해가 표현되는 순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그 견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형성함으로써 더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Mill, 1859).

‘다른’ 것은 틀리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사용한다. 나와 생각이 다를 경우 틀렸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표현의 밑바닥에는 나만이 옳다는 독단적인 생각, 또는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나쁘다는 부정적인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자기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 상대방을 틀린 놈으로 쉽게 치부해 버리는 사회,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대하는 사회, 그런 태도를 솔선수범해(?) 실천하면서 부추기기까지 하는 정치 무대의 현실, 객관적 기준과 권위가 부재하다 보니 다들 자기가 기준이 돼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삿대질하는 데 익숙한 사회, 극좌와 극우가 속성으로는 서로 통하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계승범, 2012)

사람은 생김새만큼이나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자라온 환경, 경험, 가치관, 문화 등이 모두 다르기에 생각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름은 틀리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다. 다양한 입장과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긍정적인 사회적 에너지로 바꾸어 가기 위해서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것은 그대로 다른 것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와 상대방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장과 주장하는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

토론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를 할 때에도 종종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의견과 사람을 동일시해서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은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과정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의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평소 개인의 의견과는 다른 편에서 토론을 하면서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심지어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토론을 할 때에는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 아닌 의견과 의견의 대결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토론은 합리적·민주적 의사소통 방법 (토론, 2014. 4. 15., 백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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